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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총선은 개표 이후 시작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은 최대 의석을 확보했지만 연립정부를 구성할 방법이 없는 상태에 내몰렸다. 반네타냐후 진영은 아랍계 정당과 손을 잡지 않으면 집권이 어렵지만, 2023년 10월7일 가자지구 전쟁 이후 악화한 여론 지형에서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그럼에도 이스라엘의 정치 원로 우리 드로미(80)는 “네타냐후 재집권의 위험성” 때문에 새로운 대안이 더욱 절실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랍계 정당의 지지를 받는 소수 정부’가 현시. 이스라엘에 주어진 가장 유력한 대안이라며, 반네타냐후 진영의 집권과 성과가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진단했다.
드로미는 이스라엘 공군에서 37년간 복무한 예비역 대령이자, 이츠하크 라빈·시몬 페레스 총리 시절 정부 대변인을 지냈다. 오슬로 평화협정(1993년), 이스라엘·요르단 평화조약(1994년)이 추진되던 시기 이스라엘 정부의 대외 소통을 맡으며 내부에서 평화 프로세스를 지켜봤다. 이후 네타냐후 정부의 사법개편을 비판하고 민주주의와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 온 그는 이스라엘 정치가 평화협상의 시대에서 전쟁·우경화의 시대로 옮겨가는 장면을 낱낱이 지켜봐 온 인물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라맛 하샤론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총선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나.
“모두 이겼고 동시에 모두가 진 선거였다. 리쿠드당은 가장 큰 정당이 됐으니 승리를 주장하지만, 정부를 구성할 수 없는 불능 정당이다. 집권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반네타냐후 진영도 ‘아랍계 정당과의 협력’이라는 금기를 깨지 않으면 정부 구성이 어렵다. 초정통파 유대교(하레디)와 손을 잡든, 아랍계 정당과 손을 잡든, 아니면 네타냐후와 손을 잡아야 가능하다. 어떤 선택이든 기존 약속을 깨야 하는데, 어느 것도 절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아랍계 정당과의 연정은 왜 어려운가.
“이스라엘인들은 아랍계 정당이 그들의 복지나 범죄, 교육 문제에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한다.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문제만 얘기하고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정정파)를 테러 조직이라 부르기를 거부하는 것도 반감이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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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아랍계 시민들이 이스라엘 정치의 일부가 되려는 건 당연한 일이다. 이스라엘에 사는 미국계 유대인들이 이스라엘 문제에 나선다고 해서, 누구도 그들을 반역자라 부르지 않는다. 이스라엘에 사는 아랍계 시민들이 팔레스타인 문제에 반감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들의 목소리를 하수도와 교통 문제에만 국한할 수 없다. 처지를 바꾸면, 우리는 더 크게 싸웠을 것이다.”
-정부를 구성할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은 무엇인가.
“가디 아이젠코트(제1야당 야샤르당 대표)가 아랍 정당의 지지를 받아 소수 정부를 구성하는 것이다. 야권이 확보한 48석에 범아랍 정당 19석을 더하면 67석이 된다. 아랍 정당이 내각에 들어오지 않더라도 정부를 출범할 수 있다.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이론적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또 다른 방법이 있다. 바로 네타냐후의 사면이다. 이번 선거 결과를 거칠게 나누면 네타냐후 진영이 약 240만표, 아랍계 정당을 포함한 반네타냐후 진영이 약 300만표였다. 네타냐후를 빼면, 정치적 방정식이 달라진다. 300만명 중 많은 시민은 네타냐후가 없는 리쿠드당을 받아들일 수도 있다. 다만 사면할 수 있으려면 네타냐후가 혐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아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방안이지만 상황에 따라선 논의가 불거질 수도 있다.”
-‘아랍계 정당의 지지를 받는 소수정당’의 한계는 무엇인가.
“가자지구의 전쟁이 다시 불붙거나, 팔레스타인 문제가 심각해지면 아랍계 정당의 지지가 철회되고 정부는 무너진다. 그럼에도 일을 시작해 성과를 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10월7일 참사의 안보 책임을 따지는 국가조사위원회 설치가 첫 단추가 될 수 있다. 하레디 군 복무를 의무화하는 법안도 우선 과제다. 차근차근 성과를 내가면 야권을 지지하지 않던 시민들의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거꾸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를 다시 세우는 기회일 수도 있다. 아랍계 정당의 지지로 정부를 구성한다면 아이젠코트는 그들의 의견을 들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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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전쟁 이후 하마스의 군사 역량이 상당 부분 제거됐지만 네타냐후는 ‘누가 가자지구를 통치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지 않았다. 그 사이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세를 키웠으며, 다시 무기도 확보했다. 하마스의 무장해제는 해야 한다. 아이젠코트는 물론 무력을 활용하겠지만, 그보다 정치적·외교적 수단에 의존할 필요를 더 크게 느낄 것이다.
서안지구에서 벌어지는 유대인 정착민들의 테러를 중단시키는 것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지난 4년 동안 정착촌과 전초기지가 늘어났고, 테러와 폭력도 급증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국가안보장관)와 베잘렐 스모트리치(재무장관)이 쏟아부은 돈으로 늘어난 정착촌을 새 정부가 되돌리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정착민 폭력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으로도 분위기는 달라질 수 있다. 국제사회와 아랍계 정당에 ‘적어도 테러를 용납하지 않는 정상 정부가 들어섰다’는 인식을 주는 것이다.”
-네타냐후가 권력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네타냐후는 아이젠코트가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다. 연정을 무산시키고, 임시정부 상태에서 권력을 유지하려 할 수도 있다. 가장 유력한 것은 이란과의 전쟁 위기 고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라는, 입만 열면 전쟁을 외치는 든든한 우군도 있다. 이스라엘의 정치적 혼란에 트럼프까지 겹치면서, 네타냐후는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안보 위기를 키울 기회를 노릴 것이다.
미국 중간선거 등 여러 사정으로 이란이 여의치 않으면, 네타냐후는 가자로 눈을 돌릴 것이다. 가자에서 충돌이 커지면 아랍계 협력은 물거품이 된다. 이란이든 하마스든, 네타냐후는 “전쟁 중에 어떻게 아랍계 정당을 정부에 참여시킬 수 있느냐”고 외칠 상황을 만들 것이다.
그는 이스라엘에 무엇이 좋은지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어떻게 권력과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그의 유일한 관심사다. 당장 네타냐후는 카타르가 아랍계 정당에 자금을 댔다면서 ‘라암(아랍 정당명) 게이트’가 벌어졌다고 한다. 100셰켈(약 4만3000원) 유류 상품권이 1000장 살포됐다고 친들, 뭐가 달라지나. 네타냐후 총리실 직원은 카타르에서 돈을 받아서 수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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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센스다.”
-라빈 정부에서 오슬로 협상을 겪었다. 오슬로 협정은 무엇을 이루려 했고, 왜 실패했나.
“오슬로 구상의 핵심은 양측이 가장 원하는 것을 서로에게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은 안보, 팔레스타인은 독립·주권이었다. 하지만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의 약속을 믿지 않았다. 곳곳에 세워진 정착촌, 그곳을 지키는 이스라엘군이 눈앞에 보이는데 어떻게 주권을 체감할 수 있었겠나. 반대로 이스라엘은 안보를 얻지 못했다고 느꼈다. 야셰르 아라파트(전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믿을 수 있는 정치인이 아니었다. 이츠하크 라빈의 암살이 중요한 계기였지만, 그 이전부터 양측의 불신이 존재했다.”
-팔레스타인의 정치 상황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아부 마젠(마젠의 아버지·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의 별명)의 아라파트와 다르지만 정치적 영향력이 약하고 정당성도 부족하다. 지금 선거가 치러진다면 하마스가 압도적 승리를 거둘 것이다. 이스라엘이 현명하다면 수감 중인 마르완 바르구티(67·팔레스타인 저항운동의 지도자)를 석방할 것이다. 그는 팔레스타인의 넬슨 만델라가 될 수 있으며, 하마스를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한 번은 아흐마드 티비(아랍계 정당 타알 의원)에게 ‘당신은 평화로 가는 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하자 그는 ‘다리? 사람들은 다리를 밟고 지나간다’고 답해 웃은 적이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 이번 선거에서 아랍계 정당의 득표는 “우리는 여기 있고, 어디로도 가지 않을 것이다”라는 그들의 메시지다. 많은 이스라엘인은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아랍계 정당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다리가 될 수 있다. 이스라엘에서 아랍인과 팔레스타인인이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좋은 신호가 될 것이다.”
☞ “아랍계 단결 일등공신은 극우 장관 벤그비르…팔레스타인 희망이 이스라엘 안보”[이스라엘 총선 현장]
https://www.khan.co.kr/article/001#ENT
☞ “네타냐후 진영 견고함 확인…야권 ‘아랍계 배제’는 패착”[이스라엘 총선 현장]
https://www.khan.co.kr/article/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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