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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1-07 16:10 조회 23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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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디 | 앨리스: 테이크〉는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이미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아온 김일란 감독의 새로운 작품이다. 거의 5년에 걸쳐 완성한 이 작품은 세 명의 트랜스남성의 이야기를 담았던 〈3xFTM〉(2008)에 이어, 두 명의 트랜스여성의 삶을 드러내 보인다.
에디와 앨리스는 모두 트랜스여성이지만 정체화의 과정도, 트랜지션(태어날 때 지정된 성별이 아닌 자신에게 맞는 성별로 전환하는 과정)의 방법도,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다르다. 두 사람을 지켜보며 이야기를 들어온 김일란 감독은 이것이 ‘시네마’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에디 | 앨리스: 테이크〉는 다큐멘터리지만 연출된 ‘픽션’ 장면도 나온다. 필름을 편집하는 과정이 에디, 앨리스의 삶 사이사이에 자리해 관객들에게 영화 전체가 어떤 ‘전환’과 ‘변화’라는 걸 전한다.
또 한번 진화하는 작품을 내놓은 김일란 감독을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퀴어 커뮤니티에서 트랜스젠더 활동가로 익히 알려져 있는 에디와, 영화계에서 조명감독으로 일하는 앨리스. 하는 일부터 성격까지 굉장히 달라 보이는 두 사람인데, 이들을 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에디가 ‘N명의 트랜스젠더가 있듯이 N개의 트랜지션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곤 했어요. 물론 ‘트랜지션’엔 유사한 부분도 있지만, 분명 다른 부분들도 있어요. 또한 사람들이 비교적 상상하기 쉬운 영역과 상상하기 어려운 영역이 공존한다고 생각해요. 에디와 앨리스는 각자의 삶에서 두 가지 모습을 모두 가지고 있어, 관객들이 더욱 다채로운 트랜지션을 상상해보길 바랐어요.
또한 에디는 늘 당당하고 자기가 해야 할 몫을 고민하는 개척자이자 탐험가 같은 인물이죠. 특히 10대 청소년 트랜스젠더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자 했고, 그래서 나한테 다큐멘터리 제작을 먼저 제안하기도 했어요. 그게 이 영화를 생각하게 된 계기에요.
앨리스는 영화에서 언급되는 ‘해고 사건’(앨리스는 트랜스젠더라는 이유로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해고된 일이 있다) 이후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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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치마〉(pinks.or.kr)의 웹드라마나 현장 작업을 함께하며 앨리스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죠. 그러다 보니 에디와 앨리스, 이 두 사람의 조합이라면 영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다큐멘터리 영화 〈에디 | 앨리스: 테이크〉를 만든 김일란 감독이 이야기를 나누다 웃고 있다. ⓒ일다
-저는 〈에디 | 앨리스: 리버스〉를 작년 한국퀴어영화제에서 봤어요. 그리고 개봉 버전인 〈에디 | 앨리스: 테이크〉를 지난 주에 ‘프렌즈 시사회’에서 보게 됐죠. 에디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과 앨리스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것, 순서가 바뀐 것뿐인데도 느낌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지금의 버전을 개봉작으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사실 두 가지 버전의 차이는 에디의 삶의 통해서 앨리스의 삶을 바라보는 거냐, 앨리스의 삶을 통해서 에디의 삶을 바라보는 거냐인데요. ‘리버스(Reverse)’가 필름의 의미와 픽션/논픽션의 경계에 대한 도전을 더 명확히 드러낸다면, ‘테이크’ 버전은 영화라는 매체 자체에 대한 은유를 더 잘 담아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테이크 버전은 앨리스의 삶을 경유해 에디의 삶을 바라보도록 구성되어 있는데요. 이 구성이 관객이 인물의 감정을 따라가고 서사를 이해하는 데 훨씬 몰입감이 높고 친절하다고 판단했어요.
-저는 에디 활동가와 친분이 있다 보니 종종 “영화를 찍고 있다, 촬영은 끝났다” 등의 이야기를 듣곤 했는데요. 꽤 오래 전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영화 속 에디도 어려보이고... 감독님과의 지난 인터뷰를 찾아보니 “다음 영화는 2023년에 나올 예정입니다”라고 하셨던데(웃음) 개봉까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렸네요. 긴 시간 동안 힘들었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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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자체는 즐거웠어요. 촬영할 때는요(웃음). 근데 편집에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수많은 촬영 장면 중 서사 구조에 맞춰 선택과 배제를 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편집 과정이 가장 힘들었어요. 그래서 당초 예상했던 완성 시기(2023년)보다 1년 더 편집을 하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리고 2024년 10월에 첫 상영을 하게 됐죠.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아무래도 ‘여탕’ 장면을 찍을 때였어요. 너무 재미있기도 했고 긴장되기도 했고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었어요. ‘여탕’에서 촬영 셋팅을 할 때 앨리스님이 여탕을 둘러보다가 가만히 무언갈 바라보는 그 눈빛이 정말 너무... 와닿았어요. 저도 성소수자로서 목욕탕이라는 공간과 불화한 시간이 꽤 길거든요. 지금도 안 가고요. 사춘기 즈음부터 왠지 내가 가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앨리스님의 그 눈빛에 공감이 돼서 눈물이 나더라고요.
꽤 많은 관객들이 그 장면에서 울더라고요. 사실 여탕이나 여성 화장실은 트랜스 배제적 시선 때문에 트랜스젠더가 위협적인 침입자처럼 묘사되곤 하죠. 하지만 실제 당사자들에게는 침입자로 몰릴까 봐 느끼는 부당함, 억울함, 배제에 대한 차별적 불안이 집약된 공간이잖아요. 그리고 트랜스젠더에게 ‘내가 불편하니까 안 갈래’ 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애초에 배제된 곳이죠.
그런 상황에서 이 공간을 좀 잘 보여주고 싶었어요. 이 공간에서의 감정과 리얼리티를 어떻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오히려 가장 윤리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은 ‘픽션’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지금의 장면이 만들어진 거고요. 스토리적으로는, 앨리스가 찍던 장면이 사실은 에디의 목욕탕인 걸로 연결되도록 배치한 부분이기도 해요.
-영화 팜플렛을 보니까 “트랜지션은 시네마다”라는 말이 적혀 있더라고요. 인상적이기도 했고,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말이기도 했어요. 감독님은 왜 트랜지션이 시네마와 닮았다고 생각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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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스젠더는 “왜 당신이 여성/남성인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자기 서사를 구성하잖아요. 사회가 끊임없이 질문하니까요. 사회가 원하는 ‘기준’에 맞춰 자기 서사를 만들곤 하죠. 그래서 어떤 이야기는 빼버리기도 하고, 어떤 이야기는 오히려 강조하기도 하고요. 이게 영화의 편집과 매우 닮아 있다는 생각은 예전부터 했어요.
특히 더 영화적이라고 느낀 건, 트랜지션에는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거에요. 트랜스여성이라고 해서 과거에 ‘남성’으로서 살아온 경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요. 그렇기에 여전히 남성이라는 말이 아니고요. 그 경험이 재해석된다는 거고, 그 과정이 필름의 스트레이트 컷, 디졸브 등 장면 전환 연출과 맥을 같이한다고 생각했어요.
-영화에 물도 자주 나와요. 목욕탕도 그렇고, 바다도 나오고, 흐르는 물의 모습도 그렇고요.
물은 종교적·문화사적 의미에서 ‘재탄생’을 의미하잖아요. 어떤 ‘흐름’, ‘흘러가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그래서 목욕탕이나 바다 장면을 통해 (트랜스젠더가) 자신의 몸을 드러내는 그런 공간에 대한 성질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재미있는 게 뭔줄 아세요? 트랜스젠더가 나오는 영화에는 거의 100% 바다가 등장해요(웃음). 그러니까 바다는 트랜스젠더가 가장 욕망하는 공간이기도 한 거죠. 하지만 이번 영화에선 그런 욕망의 공간이라기보다 에디와 앨리스가 서로를 위로하는 공간이었으면 했어요. 앨리스가 바다에서 춤도 추잖아요?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를 다독이는 공간이 되길 바랐어요.
-영화에는 좀 민감한? 적나라하게 느껴질 수 있는 장면도 나옵니다. 에디가 성확정수술 이후 질 내 유착을 방지하기 위해 다일레이션(Dilation, 질확장)을 하는 장면이라든지, 그 과정이 끝난 후의 위생패드를 보여주는 장면 등인데요. 어떤 사람들에겐 불편할 수도 있기에, 감독으로서는 ‘리스크가 있는’ 장면이었을 텐데요. 그럼에도 이 장면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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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의 경우 수술 전에 몇년 동안 계획을 하고, 과정을 탄탄히 밟았단 말이죠. 그렇게 꼼꼼하게 준비를 한 에디조차 다일레이션의 과정이나 고통은 몰랐다는 거에요. 그게 제작진들에게도 좀 놀라웠고, 그래서 의미가 있는 부분이었어요. 에디가 수술 전에 트랜스여성인 언니한테 전화해서 “수술하고 아프냐”고 물어보는데 언니가 “괜찮아, 괜찮아” 이러잖아요. 대체로 주변에서 그렇게 말을 했던 것 같더라고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면, ‘여자가 되려면 이 정도 아픔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마음인 게 아닐까 싶어요. (우리 사회가 여전히 트랜스젠더를 인정하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까) 마땅히 그 정도 고통과 아픔은 견뎌야 한다고요. 그래서 트랜스젠더 커뮤니티 안에서도 그 고통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별로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에서 에디도, 저도 이 이야기를 좀 더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에서도요.
그리고 생리혈/하혈을 연상시키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건 실제가 아니라 연출된 장면이에요. 많은 분들이 그걸 실제 장면으로 생각하시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말하지 않은 이상 논픽션이라고 생각하는 게 당연한 거기도 하겠죠. 근데 그걸 물어보질 않더라고요. 그 장면을 왜, 어떻게 찍었는지요. 그래도 얼마 전에 한 GV에서 어떤 관객이 자신은 시스젠더 여성인데 트랜스여성 또한 저런 고통을 느끼는구나, 그동안 난 왜 몰랐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하더라구요. 이런 경험을 함께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이 영화가 ‘여성서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앨리스의 자기탐구 과정은 어떤 억압이나 편견, 주어진 역할 때문에 그걸 하지 못했던 여성들의 자기탐구 과정과 닮아 있다고 느꼈고요. 에디의 조카, 부모 돌봄 과정도 그렇고요. 여러 여성들의 얼굴이 떠올랐고 제 모습도 떠올랐어요. 감독님도 두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보면서 그런 공감을 느끼셨나요?
그런 일은 너무 많았어요. 나이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부모/가족과의 관계도 그렇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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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두 사람이 겪은 경험이나 특이성은 모르죠. 하지만 그런 경험들을 서로 해석하고, 각자의 경험으로 의미를 가져가는 것 또한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작업이 길었고, 여러모로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또 소수자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건 어떤 책임감 때문에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고요. 끝까지 마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인가요?
지금 저의 삶, 인권 활동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이라는 직업은 사회적으로 해명할 것도 많고 제도적·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삶이에요. 그래서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의 불안정함은 저한테 그리 큰일은 아니에요. 굉장히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도 하지 않고요. 다만 이번 영화를 끝까지 완성할 수 있었던 건 에디와 앨리스가 보여준 모습 때문이에요. 그들의 당당하고 치열한 삶의 태도요. 자기 몫을 다하고 주변을 다정하게 챙기며 열심히 살아가는 에디와 앨리스를 보고 있는데, 어떻게 제가 중간에 포기하겠어요? 이 영화는 주인공들이 끌고 온 영화에요.
-요즘은 독립 다큐멘터리가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은데요. 어렵게 극장 개봉까지 한 만큼 더 많은 관객이 영화를 봤으면 합니다. 감독님은 이 영화가 어떻게 사람들에게 가 닿길 바라나요?
앨리스의 바람이기도 한데요. 이 영화가 비평가와 시나리오 작가, 감독들에게 정형화된 고정관념을 깨는 하나의 ‘텍스트’로 남기를 바래요. 트랜스젠더에 대해 다양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텍스트요. 그동안 미디어가 조명하던 스테레오 타입을 넘어 훨씬 더 다채로운 트랜스젠더의 삶을 발굴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어요.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영화는 GV(감독, 배우와의 대화)도 있지만, ‘렉처 시리즈’라는 걸 진행할 예정이에요. 사람들이 모여 함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극장이 더 안전한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자리를 마련하고 있으니, 극장에서 영화를 봐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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