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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력이 글을 읽는 힘이라면, 숲문해력은 숲을 통해 세계를 읽는 힘입니다.”
사단법인 숲연구소 남효창 이사장은 지난 21일 인터뷰에서 숲문해력과 관련해 “하나의 존재를 넘어 관계를 읽고, 하나의 사건을 넘어 흐름을 읽으며, 지금 이 순간을 넘어 시간을 읽는 감각”이라고 말했다.
숲에서 꽃 한송이를 만났다. 사진을 찍어 인공지능(AI)에 물어보면, 바로 꽃 이름을 알 수 있는 시대다. 이름뿐 아니라 관리 방법과 상태 진단 등 식물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를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벌 한마리가 꽃으로 날아와 내려앉는 그 짧은 찰나를 바라보는 일’은 어떨까. 벌이 어느 방향에서 날아왔고, 왜 하필 이 꽃을 선택했을까. 벌이 꽃에 내려앉는 순간 꽃과 벌 사이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등 수많은 질문이 떠오른다. 인공지능이 꽃 이름과 정보 등을 알려줄 수 있지만, 꽃과 벌이 만나는 순간을 발견하고 느끼는 것은 ‘인간의 몫’이다. 남 이사장은 인공지능 시대, 세상을 새롭게 느끼는 능력이 필요한 이들을 위해 최근 ‘숲문해력 : 숲에서 세상을 읽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다.
남 이사장은 ‘40년 숲 박사’로 유명하다. 이력을 봐도 자연과학을 전공하고 숲식생학 석사, 자연환경정책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교 산림환경정책학과 연구원과 서울대 임업과학연구소 특별연구원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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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기 숲 해설가 제도를 만들고 확산시키는 데도 공헌했다. 평생을 숲을 걷고 관찰하고, 사람들과 숲 이야기를 하며 숲의 인문학과 숲교육, 숲치유를 탐구하는 등 숲과 사람을 연결하는 일을 한 셈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수많은 전문 숲해설가를 길러낸 ‘숲 박사’, 미국의 대표적인 생태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에 빗대 ‘한국의 소로’ 등으로 불린다. 현재도 강원도 춘천시 강촌에 있는 실내 치유정원 ‘마인바움(나의 마음)을 운영하고 있고, 특별한 일이 없을 땐 매일같이 경기도 양평군 소리산 소금강 계곡과 숲을 걷는다.
이번에 출간한 ‘숲문해력’을 통해 남 이사장이 말하고 싶은 것은 뭘까.
“숲을 지식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온몸의 감각과 마음으로 읽어내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숲문해력’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숲을 제대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진다면 숲을 바라보는 우리의 태도도 달라질 것이고, 숲과 함께 살아가려는 마음과 실천 역시 깊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숲문해력은 단순한 ‘숲 지식’이 아니다. 숲을 온몸의 감각으로 느끼고, 그 안의 생명과 관계를 읽어내며, 자연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다시 생각하는 능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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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그 힘이 단순히 숲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과 단절된 현대인의 삶을 돌아보고 우리의 정신적인 풍요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즉, 숲에 관한 지식을 더 많이 쌓자는 책이 아닌 셈이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이 책은 숲에 관한 한편의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 숲에 들어서면 눈앞에 나무와 꽃을 볼 수 있다. 버섯의 이름을 알게 되고, 새의 종류를 외우며 숲을 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남 이사장은 “숲을 안다는 것은 단순히 이름을 많이 외우는 일이 아니다. 감각을 열어 풍경 너머의 변화를 살피고, 생명과 생명이 맺고 있는 촘촘한 관계, 그리고 계절이 축적해 온 시간의 흐름을 읽어낼 힘(숲문해력)을 기를 때, 우리는 비로소 숲이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다”고 강조한다.
‘숲문해력’은 숲을 읽기 위한 가장 작은 단위인 ‘감각’이 어떻게 변화를 받아들이는지 그 과정을 세밀하게 살핀다. 숲을 구성하는 ‘종’(단어), 끊임없이 이어지는 상호작용이 빚어낸 ‘관계’(문장), 문장이 모인 ‘서식지’(문단), ‘이 모두가 모여 이루는 하나의 ‘숲’(거대한 서사)까지 책을 읽으면서 ‘우리 역시 그 구조 안에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 이 책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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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박사인 그에게 숲은 보낸 시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더 많은 질문을 건넸다. 남 이사장은 “나무 한 그루를 오래 바라보면 그 뒤에 수많은 관계가 보인다. 한장의 잎에는 빛과 물, 계절과 곤충의 이야기가 겹쳐 있다. 숲길에 떨어진 작은 흔적 하나에도 누군가의 먹이활동과 이동, 생존이 담겨 있다. 지금까지 펴낸 책들은 그 질문을 따라온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책 ‘우리는 모두 씨앗이다’에서 숲에서 발견한 생명의 질서를 인간의 삶으로 가져오려고 노력했다. ‘나는 매일 숲으로 출근한다’에서 숲은 그의 일터이자 배움터였다. ‘얘들아, 숲에서 놀자’를 통해서는 아이들이 숲을 지식으로 만나기보다 몸으로 경험하길 원했다. ‘나무와 숲’에선 나무의 이름을 넘어 한그루의 나무가 살아가는 세계를 바라보려 했다. ‘숲으로 풍덩’에서는 청소년에게 숲의 즐거움과 생명의 감각이 전해지길 희망했다.
남 이사장은 “숲을 지키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숲을 대하는 인간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우리는 숲을 인간을 위한 자원이나 편의를 제공하는 공간으로만 바라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 하지만 이제는 ‘숲이 인간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에서 ‘인간은 숲과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로 질문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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