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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습 지도를 나가면 학생들이 '교수님, 간호사 선생님도 의사 선생님도 다 컴퓨터만 보고 계세요'라고 합니다. 이게 현실인 것 같아요"
지난 23일 서울아산병원 동관 6층 소강당. 한국노인간호학회 추계학술대회 연단에 선 박연환 서울대 간호대 교수는 전자의무기록(EMR) 도입 이후의 현장을 이렇게 돌아봤다. 기술이 의료진을 환자 곁으로 이끌기는커녕 오히려 화면 앞에 붙잡아 둔 역설이다.
이날 심포지엄의 주제는 '노인간호 및 돌봄 영역에서의 AX(AI 전환) 적용'이었다. 산업계와 의학·간호학 전문가 4명이 연단에 올라 로봇과 파운데이션 모델, 혈액 바이오마커 등 최신 기술을 두루 소개했다. 다만 논의의 무게는 기술 개발 자체보다 그 기술을 누가, 어떻게 어르신의 일상까지 닿게 하느냐에 실렸다.
◆ 돌봄의 무대는 집...간호가 아직 문턱 밖에
첫 연자인 강은경 삼성화재 헬스케어사업팀 의료연계사업추진TF 리더(재활의학과 전문의)는 돌봄의 무대가 이미 집으로 옮겨갔다는 .에 주목했다. 발표에 따르면 65세 이상이 하루 중 밖에서 보낸 시간은 1시간 10분에 불과했다.
위험 역시 집 안에 도사린다. 75세 이상 낙상 사고는 2020년 3,721건에서 2024년 1만 1,866건으로 약 3.2배 늘었다. 응급실을 찾은 낙상 환자의 56.4%는 집 안에서 다쳤다. 강 리더는 어르신이 가장 오래 머무는 집에서 낙상을 막고, 사고가 나면 빨리 알아차리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돌봄이 집으로 확대되는 속도를 보건의료 서비스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 강 리더가 제시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운영 현황(6월 26일)에 따르면, 연계 서비스 12만 3,595건 중 일상생활 돌봄이 43.1%를 차지한 반면 보건의료는 9.1%에 머물렀다.
그는 의료 연계가 적은 원인을 수요 부족이 아닌 대상자 발굴 실패에서 찾았다. 욕창·상처 관리나 관 교체, 가래 흡인 등 전문 간호가 필요한 재가 노인은 많다. 하지만 장기요양 방문간호는 의사의 지시서가 있어야 시작할 수 있고, 병원 가정간호는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
간호와 간병의 역할을 나누는 일도 과제로 꼽혔다. 병원에서는 비교적 명확한 간호조무사의 역할이 재가 현장에서는 모호해지고, 간병 인력에게 간호 처치를 요구하는 사례까지 있다. 강 리더는 간병 인력이 일상 돌봄을 맡고, 간호 인력은 주 1~2회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분업 모델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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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육아로 현장을 떠난 간호사가 거주지 인근 노인을 하루 두세 명씩 돌보는 방식도 수급 불균형을 풀 실마리로 언급했다.
현장의 목소리도 다르지 않았다. 강연 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방문간호센터와 주간보호센터를 운영하는 한 기관 대표는 "우리 지자체는 아직 통합돌봄 지원 서비스에 방문간호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도움이 필요한 노인도, 서비스를 제공할 기관과 간호 인력도 있지만 정작 실제 서비스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호소였다.
강 리더는 매칭의 플랫폼화가 해법이라고 답했다. 다만 민간 기업은 공공성이 강한 영역에 들어가기 어렵고, 지자체는 구축보다 유지보수를 부담스러워한다. 그는 "민간과 정부의 역할 분담이 먼저 정리돼야 한다"고 했다.
◆ "예측에서 멈추면 AX 아냐"...간호가 설계 주도해야
박연환 교수는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사람이 직접 곁을 지키는 '하이터치 돌봄'이 더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AX가 일을 자동화하거나 처리 속도를 높이는 데 그치면 안 된다고 단언했다. 낙상이나 노쇠 위험을 예측했다면 그에 맞는 중재로 이어가고, 그 효과를 다시 평가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AI 도구 하나를 들여놓는 일이 아니라, 돌봄 경로 전체를 다시 짜는 일이 AX라는 의미다.
간호가 이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박 교수에 따르면 AI는 지시받은 일을 수행하는 단계를 지나, 스스로 상황을 판단해 간호사에게 "저 환자분한테 가 보세요"라고 먼저 제안하는 '에이전틱 AI'로 진화하고 있다. 그는 24시간 환자 곁을 지키며 말로 드러나지 않는 정보까지 축적해 온 간호야말로 파운데이션 모델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라고 봤다.
박 교수는 간호 지침과 프로토콜, 교과서, 연구 성과를 학습한 간호 특화 AI 모델을 만들자고 했다. 그 결과를 검증하고 운영 원칙을 세우는 과정에도 간호가 앞장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그는 "간호가 주도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다른 직종이 설계한 AX 안에서 간호사가 일하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박 교수 본인이 참여하는 한국형 ARPA-H 과제 'FrailMIND'의 개발 현황도 소개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주관하는 이 과제는 신체 기능은 물론 인지와 영양, 약물, 사회적 관계, 생활환경까지 종합적으로 분석해 노쇠를 파악하는 AI 모델 개발 사업이다. 노쇠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나타나는 만큼, 한두 가지 지표로는 개인의 상태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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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노쇠 돌봄의 핵심을 진단보다 '노쇠로 넘어가는 시。을 늦추는 것'에서 찾았다. 이를 위해서는 1년에 한두 번 받은 검사 결과보다 보행과 활동량, 수면 등 일상 데이터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하는지 살펴야 한다. 그는 데이터를 감지·해석해 행동으로 옮기고, 그 결과를 다시 학습에 반영하는 돌봄 순환 체계를 제시했다.
특히 "이 루프의 맨 꼭대기에는 간호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간호사가 데이터 관리와 임상적 해석, 돌봄 목표 설정, 중재 설계, 안전 관리, 형평성 확보까지 맡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모델의 판단에 기대다 병원에 가야 할 때를 놓치지 않도록 안전 경계를 정하는 일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 의사의 AX는 판단, 간호의 AX는 돌봄 바꾼다
이준영 서울대 의대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모코그 공동대표)는 간호 현장에서 일어날 변화를 "의사의 AX는 판단을, 간호의 AX는 돌봄을 바꾼다"는 한 문장으로 요약했다. AI 도구가 사전 문진과 채。을 맡으면 간호사는 빠진 부분을 확인하는 데 집중할 수 있다. 환자 기록 초안 작성과 교대 시 인수인계 내용 요약도 자동화하고, 낙상이나 섬망 위험을 미리 인지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이 교수는 외래 당일의 상태만으로 지난 한 달을 가늠해야 하는 진료의 한계도 짚었다. 일상에서 나타나는 변화를 살피는 수단으로는 일기 분석 AI, 음성 분석, 웨어러블 기기, 연속혈당측정기(CGM) 등을 들었다. 그가 소개한 한 연구에서는 91명이 쓴 일기 428개를 AI로 분석해 우울 여부를 90.2%의 정확도로 판별했다.
치매 진단 과정의 변화도 예고했다. 현재는 증상이 나타난 뒤 상급병원 진료와 MRI 검사 등을 기다리느라 진단까지 6개월 안팎이 걸리기도 한다. 앞으로는 집에서 온라인 인지검사를 하고 동네 의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은 뒤, AI 영상 판독을 거쳐 1주 안에 진단하는 흐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아밀로이드 PET 검사는 100만~120만 원이 들지만 혈액검사는 15만~20만 원 선이다. 그는 이르면 내년 혈액검사가 국내에 본격 도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노인의 디지털 수용성을 다룬 대목도 눈길을 끌었다. 이 교수는 이모코그의 경도인지장애 디지털치료기기 '코그테라' 실사용 처방 1,009건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이용자 평균 연령은 73.8세였고, 80~84세의 프로그램 완료율은 79.2%로 60대보다 오히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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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방 후 48시간 안에 사용을 시작한 비율도 94.5%에 달했다. 24주 임상시험에서는 인지기능 .수가 처음보다 유지되거나 좋아진 사람의 비율이 치료군 59.2%로, 가짜 앱을 쓴 대조군(28.0%)의 두 배 수준이었다.
이 교수는 디지털 치료가 처방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사용 초기 48시간과 첫 4주 동안의 격려가 꾸준한 사용을 이끌고, 그 역할을 간호사가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것이다.
◆ 독거 어르신, 돌봄로봇에 "아침인사 할 수 있어 좋아"
마지막 연자인 강바다 연세대 간호대 교수는 한국의 사회적 고립 수준이 19.9%로 OECD 평균(9.6%)의 두 배를 넘는다는 통계로 발표를 열었다. 2024년 고독사의 43%는 가족이 아닌 임대인이나 경비원 등이 처음 발견했다. 치매 고위험 노인은 고립과 인지 저하가 서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어르신들은 "나 안 외로워"라며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고, 기억에 의존하는 설문에는 회상 편향이 끼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일상을 직접 측정했다. 손목 웨어러블과 하루 네 차례의 스마트폰 설문으로 14일간 생활을 기록해 분석했다. 그 결과 사회적 교류 감소는 신체 움직임이, 외로움은 수면의 질이 가장 중요한 예측 변수로 나타났다.
하지만 위험 신호를 찾아내는 것만으로 돌봄이 끝나는 건 아니다. 강 교수는 기존 AI·ICT 사업의 한계를 두 가지로 짚었다. 전력·통신 데이터를 활용한 안부 확인 같은 사업은 조기 예방보다 위기 감지에 치우쳐 있다. 어르신의 디지털 활용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기기 보급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연구팀은 음성으로 대화하는 돌봄로봇에 대학생의 세대 간 디지털 멘토링(8주간 6회 방문)을 결합한 복합중재를 개발했다. 현재 어르신 21명을 세 집단으로 나눠 연구가 진행 중이다. 8주 과정을 마친 한 어르신은 워크북에 "아침에 인사하는 대상이 있어 좋습니다", "딸을 소개했더니 서로 안부도 물어봅니다"라고 적기도 했다.
강 교수는 로봇이 와이파이 문제로 대화가 끊기는 등 아직 완벽하지 않지만, 일상에서 인사를 나누고 대화할 대상이 생겼다는 것 자체가 어르신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연구팀이 로봇을 회수하던 날, 로봇은 어르신에게 "헤어지게 돼서 너무 슬프다"는 말을 건넸다.
연구팀은 프로그램을 보완해 효과를 검증한 뒤, 대학생뿐 아니라 생활지원사와 경로당 리더, 60대 '노노케어' 어르신 등 지역의 인적 자원과 함께 확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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