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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10-09 13:16 조회 440 댓글 0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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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 청천면에 자리한 청천초등학교에서는 닫힌 교실 문을 열고 마을 안에서 배움을 펼쳐가는 '마을 교과'가 이루어지고 있다(관련 기사: 내 고향 냇물이 서울까지 간다고? 아이들이 두 발로 찾은 답 / 초등학생에게 완벽한 교육인데, 아이들이 없어서 멈췄다).
이 마을 교육의 주인공인 아이들은 과연 무엇을 보고, 듣고, 느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아이들의 입을 통해 직접 들어볼 수 있는 '마을 교육 나눔의 날'이 지난 2일 청천초등학교에서 열렸다. 이는 지난 일 년 동안 마을 곳곳을 누빈 아이들이 자신들의 배움을 마을 어른들과 학부모, 친구들에게 직접 소개하는 자리였다.
아이들이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경험들로 채워진 이날의 행사는 작은 학교의 '마을 교과'가 실제 교육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 노래로 마을교육 나눔의 날을 여는 청천초 학생들 청천초의 학생들이 마을교육 나눔의 날에 함께한 분들을 노래로 맞이하고 있다.
ⓒ 이밀알
▲ 사진으로 보는 마을 교육 사진으로도 전시된 마을 교육의 모습을 청천초 학생이 살펴보고 있다.
ⓒ 이밀알
친구의 집에서 시작해 '사람책'으로 완성된 마을 교실
저학년 아이들에게 마을은 거창한 행정구역이 아니라, 매일 얼굴을 맞대는 '내 친구의 집'에서부터 시작되었다. 2학년 아이들은 '청천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발표를 통해 친구들의 집과 부모님의 일터를 방문했던 경험을 나누었다.
그 중 아이들이 친구의 집을 찾아 직접 부모님과 조부모님을 인터뷰한 순간이 눈길을 끌었다. 타국에서 처음 한국에 오셨을 때의 마음은 어떠셨는지, 농사일을 하다 힘들면 어떻게 하시는지, 좋아하는 식물은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소박한 대화 속에서, 매일 마주하던 부모님은 '마을 선생님'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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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천 퀴즈 온 더 블록 2학년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질문지에 부모님들의 답변을 정리해 적었다.
ⓒ 이밀알
자신의 집에서 친구들과 염소에게 먹이를 준 아이는 "매일 보는 염소지만 친구들이랑 보니 더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고, 친구네 밭에 가서 난생처음 들깨를 털어본 아이는 "모래를 만지는 느낌이라 마음도 깨끗해지는 것 같았다"며 웃었다. 집 마당에 있던 익숙한 염소, 덜컹거리는 트랙터, 할아버지의 사륜 오토바이가 '친구들과 함께'라는 과정을 거치며 특별한 배움의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최고학년인 6학년 아이들은 마을 어른들의 삶을 읽어내는 '사람책'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청천초 마을 교과를 돕는 마을 교사들이 바로 이 '사람책'의 주인공이었다. 아이들은 미리 질문을 준비했고, 마을 선생님들은 자신들이 겪어온 인생의 궤적을 아이들 앞에 펼쳐 보였다.
서울에서 기자로 일하다 청천으로 와 농사를 짓게 된 사람, 영화와 패션 일을 하다 청천에서 떡을 만드는 삶을 시작한 사람. 무대에 오르다 괴산에 와 아이들을 만나기 시작한 사람. 아이들이 만난 마을 선생님들의 삶은 저마다 다른 경로로 청천에 닿아 있었다.
그렇게 때마다 학교에서 만나던 선생님이자, 마을의 이웃 어른이었던 '마을 교사'들의 삶은 아이들의 손길을 거쳐 한 권의 '사람책'으로 만들어졌다. 마주앉은 아이들의 질문에 정성스레 답변한 어른들의 마음에 아이들은 연신 감사를 전했다.
▲ 사람책을 소개합니다. 청천초 6학년 학생이 자신이 직접 만든 사람책을 소개하고 있다.
ⓒ 이밀알
청천을 걷고, 보고, 직접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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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천의 자연과 역사를 직접 탐구한 3~5학년의 발표에서는, 수동적인 체험객에 머물지 않고 '배움의 주체'로 나선 아이들의 모습이 돋보였다. 아이들은 태블릿 PC와 캔바(Canva), 팅커캐드(3D 모델링) 등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스스로 발표 자료와 입체 지도를 만들어냈다. 나아가 아이들은 교실에 직접 체험 부스를 꾸려 이웃들에게 퀴즈를 내고 배움을 소개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 직접 만든 발표 자료 3학년 학생이 캔바(CANVA)를 이용해 직접 만든 자료 앞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 이밀알
▲ 퀴즈를 맞춰 보세요! 5학년 학생들이 마련한 부스를 찾은 학부모가 학생들이 마련한 퀴즈에 참여하고 있다.
ⓒ 이밀알
▲ 북적이는 마을 교육 부스 학생들이 정성껏 마련한 부스에서 자신의 배움을 나누고 있다.
ⓒ 이밀알
최신 도구들을 활용한 발표 내용의 중심에는 아이들이 직접 겪은 청천의 풍경이 자리 잡고 있었다. 구룡천, 괴산의 문화 유적지, 청천의 물길을 따라 걷던 아이들의 활동 일지에는 참종개와 퉁가리, 금낭화 같은 동식물의 이름뿐 아니라, 무더운 날씨 속 힘겹게 걸어 올라가던 언덕, 깜짝 놀란 뱀과의 조우, 마을 교사와의 장난, 바위틈에 빠뜨린 물병을 나뭇가지로 건져낸 뒤 먹은 샌드위치의 추억이 꼼꼼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구룡천의 생태와 청천의 물길, 괴산의 문화 유적은 교실에서 활자로도 배울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활동 일지에는 동식물의 이름만 남아 있지 않았다. 물살과 바람, 흙길을 걸었던 기억과 그날 만난 사람들, 뜻밖의 사건들이 함께 기록돼 있었다. "살아있는 만남의 경험이자 언제든 꺼내볼 수 있는 재미있는 추억이 되길 바란다"던 한 마을 교사의 바람은 학생들의 활동 속에 구체적인 형태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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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생명, 그리고 우리가 사는 마을
이날 아이들이 마이크를 쥐고 들려준 이야기는 거창한 위인전이나 교과서 속 이론이 아니었다. 내가 살고 있는 마을, 나를 가르쳐준 마을 선생님, 친구의 집과 부모님의 땀방울, 산길에서 만난 강아지와 입술을 까맣게 물들인 오디에 관한 지극히 소박한 일상의 이야기였다.
아이들은 지식의 이름만 나열하지 않았다.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았는지를 이야기했다. '마을 교육'이라는 배움의 과정 속에서 '마을'은 그 자체로 하나의 배움이 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마을은 그렇게 사람과 생명, 그리고 여러 날의 경험이 켜켜이 쌓인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 마을 교육 앞에서 4학년 학생이 자신이 마련한 부스 판넬 앞에 앉아 있다. 학생들은 원고 없이도 자신이 보고 배운 것을 유창히 설명했다.
ⓒ 이밀알
무엇보다 이날 나눔의 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아이들이 발표할 때 교실을 채우던 서로를 향한 격려와 기다림이었다. 많은 사람 앞이라 긴장해서 말을 더듬거나 내용을 잊어버린 친구가 있어도, 재촉하거나 핀잔을 주는 이는 없었다. 발표를 멈춘 친구를 기다려주고, 용기 낸 한 마디에 박수로 화답하며 끝까지 귀 기울여주는 분위기가 이어졌다.
▲ 막내를 응원하는 형님들 청천초의 유일한 1학년 학생의 발표에 형님들과 마을의 어른들이 큰 박수로 화답하고 있다.
ⓒ 이밀알
이날 아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마을 주민들이 자신의 삶과 일터를 내어주고,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운영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 이야기는 결국 사람과 생명, 그리고 자신이 살아가는 마을에 대한 이야기였다. 청천초의 막내이자 유일한 1학년 학생은 1년 동안 마을 교과를 경험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제가 마을 교과에서 느낀 것은 사람도 있고 생명도 있어요. 우리 마을을 소중히 여겨야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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