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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시대의 현실을 드러내고 광고는 당대의 욕망을 보여줍니다. 고통과 억압에도 삶을 살아내는 모습이 거기에 있습니다. 100년 전 삶의 현장을 1920~30년대 근대 문학과 당시 신문 광고를 통해 읽습니다. 매주 목요일 연재합니다.
<5> 이효석 소설 ‘주리야’의 츄잉껌
1933년 이효석(1907~1942) 소설 ‘주리야’의 주인공은 모던 걸이다. 김영애라는 본명 대신 애인인 주화의 성(姓)과 좋아하는 작품 속 인물의 이름 리야를 따 스스로 이름을 지었다. 커피와 버터를 즐기면서도 프롤레타리아 민중을 위해 ‘프로 시(詩)’를 읖조린다. 주리야는 어느날 길에서 자신을 쫓아오는 사나이를 피해 과자.에 들어가 껌을 산다. 이효석은 주리야가 껌 씹는 장면을 통해 허영심 많은 모던 걸의 모습을 드러낸다.
츄잉껌을 사서 쭐기쭐기 씹으면서 밖을 내다보노라니 헛물 켠 사나이는 길 옆을 기웃기웃 살피면서 과자。 앞을 스쳐 지나갔다.
껌 광고는 1925년 무렵부터 찾을 수 있다. ‘리구레 추잉껌’이다. 미국 시카고에서 1891년 창립한 껌 회사 리글리(Wrigley) 제품으로 4종을 수입 판매했다. “신선한 박하엽(葉)의 향기”가 있는 스피아민트, “식후의 애용(愛用)에 적당한” 더블민트, “신선한 과즙의 풍미” 주시 푸르트, “강한 박하의 방향(芳香)” 피-케이다. 앞의 3종은 1포에 납작하고 긴 막대형 껌 5개, ‘피-케’는 1포에 달달한 당의(糖衣)를 입힌 작은 직사각형 모양 껌 10개 들이였다. 가격은 각각 10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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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살스러운 캐릭터를 내세웠다. 나뭇가지를 들고 화살표 모양 검은색 모자를 쓰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 모습이다. 마치 건강 기능 식품인 것처럼 광고했다.
“10전짜리 ‘리구레의 추잉껌’만 호주머니에 넣어두면 목이 마르다든지 피로할 염려는 도무지 없고 항상 청량한 정신을 여러분께 드리어서 구중(口中)을 윤자(潤滋)케 하며 설(舌·혀)을 청정케 하며 호흡을 상쾌케 하며 치(齒·이)를 백(白)케 하며 또 치(齒)의 건강을 유지함에 요호하야 끊임없이 여러분의 심신을 유쾌케 합니다.”(1925년 4월 17일 석간 3면)
스포츠를 즐길 때 좋다는 .도 내세웠다. “테니스나 베이스볼 등을 유희하시는 인사(人士)” “승마나 전차를 타시는 인사”가 “풍미를 향락”한다고 주장했다. 고급 스포츠를 내세워 껌을 씹으면 지위가 높아질 것처럼 광고했다.
껌은 사용 방법이 색다른 “씹는 과자”였다. 과자라는 이름 때문에 삼키는 이들도 있었던 모양이다. 초기에는 “씹는 법”을 안내했다. “‘추잉껌’은 보통 과자를 잡숫는 것 같이 잡숫지 마시고 1개를 적어도 1~2시간은 씹으셔야 합니다.”(1925년 4월 21일 석간 3면)
1포 10전은 비싼 편이었다. 아이들이 껌 대신 양초를 사서 씹는다는 기사(1929년 5월 26일 석간 2면)가 실리기도 했다. 1930년대에는 상당히 대중화한 것으로 보인다. 1938년 기사는 “요사이 여자들은 。잖다는 분들도 추잉껌을 씹고 다니기가 일쑤입니다”(1938년 2월 3일 석간 4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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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제 껌 수입은 1920년대 후반부터 경쟁적으로 이뤄졌다. ‘리구레 추잉껌’은 경성 태평통(현 세종대로)에 사무소를 둔 신창양행(新昌洋行)이 수입 유통하다가 1930년 도쿄 긴자(銀座)의 ‘리구레 회사’로 바뀌었다.
유일한(1895~1971)이 미국 유학 후 1926년 창업한 유한양행도 “순(純) 미국제 껌”을 수입했다. 유한양행은 1929년 광고를 통해 “최신 미국 추잉껌 다량 수입”(1929년 5월 16일 석간 1면) 사실을 알렸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비-취, 넛트’” 제품이라고 했다. 미 제과회사 비치-넛(Beech-Nut)’을 말한다. “운동하시는 분, 전차·기차·기선을 타시고 여행하시는 분, 등산·교외·산보 등에 써보십시오. 기분이 비상히 좋아서 소화 잘 되고 끊임없이 타액이 나와 조갈치 않습니다”라고 광고했다.
역시 미국산 ‘츄러벨러스(Travelers) 추잉껌’은 세브란스의용품상회가 조선 총대리.이었다. “구중(口中) 청량과(淸凉菓)계의 패왕” “본 추잉껌은 수입 일천하오나 미국 추잉껌 중에는 가장 우량하다는 평판”(1931년 1월 5일 석간 1면)이 있다고 선전했다. 페퍼민트, 스피아민트, 임금미(林檎味·사과맛) 3종을 출시했다.
일본 회사도 ‘껌 시장’에 뛰어들었다. 나고야에 본사를 둔 이토(伊藤)상.은 ‘마루이마(丸今) 껌’을 내놓았다. 입으로 불면 부풀어오르는 풍선껌이었다. 동그라미 안에 한자 ‘금(今)’자를 넣은 로고를 내세우고 1933년 조선에서 신문광고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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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국산!!”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국산(國産)’이란 일본산을 말한다. 조선인이 조선 물건을 말할 때는 ‘물산(物産)’이라고 했다.
마루이마 껌은 “어린이들은 1전으로 건강 증진”이라는 문구에서 보듯 값이 저렴했다. 일본 제과업계의 강자 모리나가(森永)도 5전짜리 추잉껌을 출시했다. “박래품(수입품)보다 나은 우량(優良)”(1934년 4월 22일 석간 3면)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수입품 ‘리구레 추잉껌’은 양을 줄인 ‘피-케’ 신제품을 내고 3포 10전으로 가격을 내려 대응했다. 수입 껌은 1937년 10월 이후 .차 사라졌다. 일제는 중일전쟁 이후 ‘추잉껌’을 수입 제한 품목에 포함시켰다.
해방 후 한국 기업이 처음으로 출시한 껌은 해태제과의 1956년 해태 풍선껌이다. 롯데 창업주 신격호는 일본에서 1947년 껌을 생산하다가 1967년 한국에서 롯데제과를 설립하고 ‘쿨민트’ ‘주시민트’ ‘페파민트’ 등 6종을 출시했다.
소설 주인공 주리야는 주화의 친구로 훗날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되는 민호의 아파트를 나오면서 다시 껌을 꺼내 씹는다. 자신을 뒤쫓던 사나이와 또 마주친다. 실은 고향의 오빠가 보낸 사설 탐정이었다. 껌은 자유분방한 주리야의 성격을 드러낸다.
껌을 새로 집어내서 입에 넣고 곱게 자리를 일어났다. 아파트를 나와 고개를 걸어 내려가던 주리야는 고요한 행길에 인기척 소리를 듣고 또 뒤를 돌아보았다. (…) 씹던 껌을 그의 낯짝에 탁 뱉을까 생각하며 휙 돌아섰을 때 사나이는 알지 못할 미소를 얼굴에 띄우고 공손히 목례를 하였다
석 소설 ‘주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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